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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밥 잘 사주는 감사가 되고 싶어요” 황용호 신임 감사

인터뷰 : 경영기획부 장선영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3월 27일,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황용호 감사님이 새롭게 선임되었습니다. 어수선한 시기를 지나 따사로운 햇살이 부드럽게 감도는 어느 화창한 봄날, 황용호 감사님을 집무실로 찾아뵈었습니다.

황용호 감사님은 PD출신으로 KBS방송본부 1TV 사업국을 거쳐 KBS 편성본부장(방송본부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추적 60분〉〈역사 스페셜〉〈KBS 특별기획 한국 사회를 말한다〉등을 선보인 대한민국 대표 다큐멘터리 PD로, 확실한 취향과 색깔을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경영’에 도움이 되는 감사가 되면서도 PD로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비즈니스의 여러 기획사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하셨습니다. 비즈니스에서 ‘밥 잘 사주는 감사’가 되고 싶다는 다정다감한 감사님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감사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지난 3월 27일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감사로 선임되시고 이제 한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근무해보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 3월 30일 첫 출근을 했어요. ‘코로나19’ 여파로 휴장 기간이라 다소 침울한 상황이었어요. 첫 출근의 설렘을 느끼기보다 마음이 무거웠죠.

한 달 가까이 근무하며 살펴보니 생각보다 비즈니스가 하는 업무가 넓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KBS에서 근무할 땐 비즈니스가 본사의 시설관리를 하거나 KBS스포츠월드를 운영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외에도 교육사업이나 기획사업, 대관사업 등 사업의 범위가 꽤 넓다는 걸 알게 되었죠.

Q. 업장은 다 둘러보셨나요? 혹시 배우고 싶은 종목도 있으신가요?

= 클라이밍, 스쿼시 하는 곳까지 업장 구석구석을 다 돌아봤어요. KBS스포츠월드가 저에겐 낯선 곳이 아니에요. 90년대 중반 제가 강서구청 근처에서 살았거든요. 그때는 88체육관 시절이었는데 이 동네 주민이었어요. 그 당시엔 헬스장 자리에 탁구장이 있었어요. 아내랑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탁구를 쳐서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애가 특히 수영을 좋아해서 수영장도 종종 왔고요.

KBS에서 근무하던 시절 부서 체육대회를 이곳에서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때 주로 볼링을 이곳에 와서 쳤어요. 그때 볼링에 대한 기억이 좋아요. 혹시 직원 중 볼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함께 쳐보고 싶어요. 볼링이 재밌더라고요.

Q. 볼링을 잘 치시나 봐요.

= 볼링을 쳐본 횟수에 비해서는 실력이 뛰어나대요. 운동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감각도 있는 편이거든요. 진짜 감각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웃음) 헬스 종목도 해보고 싶은데… 현재 일산에 거주하고 있어 버스 타고 1시간 20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아침 일찍 나와야 할 텐데 이곳에 좀 적응이 되면 시작해보고 싶어요.

Q. 최근까지 KBS 편성본부장직을 역임하시고 비즈니스로 오시게 되셨습니다. KBS에 계실 때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초기에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요. <낭독의 발견>, <문화가 산책>, <한국 재발견>, <한국인의 밥상> 등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Q.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 관심이 많고 취미도 그쪽이에요.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죠. 대학 다닐 때는 연극을 했었어요. 무대감독이나 엑스트라 등을 했는데 연극은 배가 고플 것 같고 영화감독을 해보고 싶더군요. 그런데 영화감독은 천재가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절충을 했죠. 방송국 PD는 월급을 주니까 월급을 받으면서 연극의 연출과 가장 가까운 게 PD라 생각을 하고 KBS에 입사하게 된 거예요.

Q. 이후에는 어떤 프로그램들을 만드셨나요?

= 입사 10년쯤 지나서 역사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역사스페셜> 같은 역사 프로그램을 했었고, 그 이후에는 <추적 60분> <한국사회를 말한다>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어요. <KBS스페셜>이라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몇 년하고 책임 PD를 맡았죠. <영상복원 황룡사>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았나> 같은 다큐멘터리도 제작했어요. 이후 2년간 편성본부장을 했어요. 그리고 비즈니스로 오게 된 거예요.

Q. KBS에 계실 때 비즈니스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셨습니까?

= 방송 환경이 치열해지다 보니 KBS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비즈니스 같은 자회사는 더 힘들죠. KBS 방송본부장 시절 신년회 자리에서 각 자회사 업무 보고를 할 때 느낀 거예요. ‘본사보다 몇 배나 힘든 게 자회사구나’ ‘본사가 바람이 불면 자회사는 태풍이 부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Q. 제가 요즘 스포츠월드 종목별 홍보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요. 그 영상을 보시고 PD로서의 노하우를 토대로 비싼 과외(?)를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회사의 홍보마케팅에도 관심이 많으신 거죠?

= 자회사로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해야 한다고 봐요. 그중 하나의 노력이 홍보마케팅이 아닐까 해요. 우리가 모든 노력을 다해도 될까 말까 하는 시기잖아요.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홍보 문안, 홍보 영상 만드는 데도 우리가 최선을 다해보자 이런 생각이죠. KBS가 저의 첫 직장이었어요. PD였기에 영상 만드는 게 저에겐 익숙한 일이죠. 그것도 회사에 중요한 일이니까 잘해보자 이런 생각에 관심을 두게 된 거예요.

Q. 최근 영상에 대한 수요가 많잖아요. 비즈니스에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 지점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과 연관하여 감사님께서 보유하신 어떤 강점들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비즈니스에서 두 가지 업무를 하려고 해요. 감사로서 본연의 업무를 잘해야 하겠죠. ‘경영에 도움이 되는 감사’가 되려고 해요. 그게 제가 세팅한 방향이에요.

플러스알파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평생 PD로 살아오면서 시청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사회 변화를 읽어왔으니까요. 비즈니스에는 기획사업과 교육사업 등의 사업 영역이 있죠. 시대를 보는 안목이 필요한 이러한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여지가 많아 보이거든요. 프로그램 기획과 맥락이 유사해요. 시청자에 대한 니즈를 읽어야 하듯이 기획사업도 고객의 다양한 니즈와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거죠. 이런 영역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합니다.

Q. 이 모든 걸 다 하신다면 ‘슈퍼 감사님’이 되시겠네요. (웃음)

= 제 본연의 업무는 감사이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밖에 영역에서 기여하겠다는 거예요.

Q. 수익사업 부서에 계신 분들이 감사님께 자문을 구하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 얼마든지 논의를 함께하고 싶어요. 그런 사업을 할 때는 한 발짝 떨어진 사람이 필요하죠. 냉철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이요. 앞으로는 매우 창의적으로 변화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거예요.

Q. 홍보 영상을 보여드리고 감사님께 호출이 왔어요. 방송본부장의 안목으로 보았을 때 얼마나 부족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조마조마하며 찾아뵈었는데 “도와주려고 불렀다” 하신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사님실 문턱을 조금 낮춰도 괜찮을까요?

= 그럼요. 저는 이 회사에서 밥 잘 사주는 감사가 되고 싶어요. 이걸 꼭 써주세요. 강조하고 싶어요. 제가 여러분보다 오래 살았잖아요. 감사로서 밥을 잘 사주면서 개인적인 고민, 업무에 관한 것, 육아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무조건 왔으면 좋겠어요. 한 달가량 근무하며 밥 사준 사람들이 여러 명이에요. 점심 약속의 2/3는 비즈니스 직원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Q. 감사님을 처음 뵙고 제 느낌은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신다는 것이었어요. 요리와 운동, 음악 감상을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전국에 흩어져 감사님을 뵐 기회가 없는 직원분들은 새로운 감사님이 어떤 분이실지 무척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어떤 취미들을 갖고 계시는지요?

= 취미라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취미가 있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이게 저의 지론이에요. 특히나 요즘 같은 때에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있어야 해요. 특히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요. 그게 어디서 나오나. 취미나 색다른 경험에서 나오는 거예요.

취미는 잡다하고 많아요. ‘알라딘’과 ‘예스24’같은 중고서점에서 아직 읽지 않은 좋은 책을 찾아다녀요. 동네 사랑방 같은 서점도 찾아다니죠. 그런 책방에는 주인의 안목과 개성이 서려 있어요. 거기에는 놀라운 창의력과 상상력이 있죠.

Q. 책도 많이 좋아하시죠?

= 책은 크게 두 가지 분야로 읽어요. 시대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과 소설책을 아주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TV, 책을 말하다>같은 책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첫 회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다뤘는데 로마까지 찾아가서 시오노 나나미의 인터뷰와 일상생활, 고대 유적지를 촬영해오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저는 취미를 전문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설을 좋아한다 싶으면 평론가 가깝게 해야 한다고 봐요. 깊게 파고들수록 더 즐거운 거죠. 그런데 그게 결국 일에도 도움이 되어요. 일을 잘하려면 취미가 좋은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밖에 어떤 취미가 있으세요?

= LP 음반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어요. 동네 탁구 동호회도 가입되어 있고, 등산(백패킹)을 좋아해요.

Q. 참, 스파게티 만들 줄 아신다고 하셔서 놀랐어요.

= 스파게티뿐만 아니라 스페인 요리 빠에야랑 스시도 만들 줄 알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남자가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동네 친한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가 프랑스에서 공부했는데 음식을 어깨너머로 배웠대요. 어느 날 음악도 듣고 밥도 먹자며 집으로 초대해서 프랑스 가정식 풀코스를 차려줬어요. 근데 그게 엄청 멋있더라고요. 그날을 계기로 한 달에 한 번씩 남자가 요리를 하는 모임이 형성되었죠. 여자들은 아무것도 안 했어요. 인터넷이 잘 되어 있으니 그런 걸 참고해서 초밥과 빠에야, 중국식 튀김 같은 걸 만들게 되었고 음식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게 되었어요. 신선한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소스를 정성껏 만든다, 한국 음식은 다시마 국물을 잘 낸다, 그런 것들이죠. (웃음)

Q. 감사님께서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각이나 철학, 지향점이 궁금합니다.

= 질문이 무겁네요.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태도를 갖지 않으면 길이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길은 무조건 있어요. 우리가 찾지 못할 뿐이지요. 또 하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는 세상을 계속 살아가야 할 테고, 우리 회사는 또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본사의 재정 상황이 안 좋다 짜증 내봐야 소용이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를 찾으려면 긍정적인 태도여야 한다고 봐요.

Q. 끝으로 비즈니스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 직장생활을 즐겁게 해야 해요. 그런데 현실이 쉽지가 않아요. 그렇다면 그런 노력을 해야 하잖아요. 동료들이 서로 ‘비빌 언덕’이 되어줘야 해요. 아이디어도 구하고 위로도 주고받고 그런 관계가 되어야 해요. 비즈니스 같은 회사는 한 명의 천재가 길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닌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경험한 동료들이 함께 길을 찾아야 합니다. 힘들수록 서로 어깨를 빌려주고 힘도 되어주고 그럴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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